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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제미니'가 부산항에 오히려 기회?…"BPA의 궤변"

"해괴", "황당" 반박 잇따라

  • 등록 2024.05.28 15:43:43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이 내년부터 부산항을 허브항에서 제외하는 것이 오히려 부산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부산항만공사(BPA)의 주장에 대해 '궤변', '해괴한 논리'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BPA는 최근 "일부에서 제미니 협력이 부산항을 ‘패싱’한다는 표현을 쓰면서 부산항 물동량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BPA는 제미니 협력 선박들이 아예 부산항에 기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s) 방식'에 의해 지금과는 다르게 부산항에 기항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기존처럼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선박이 부산항에 직기항하지는 않지만 대형 모선급 셔틀선박을 투입해 유럽발 부산항 화물을 곧바로 탄중펠레파스항에서 환적해 유럽까지 운송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BPA는 기존 유럽 노선의 경우 부산항을 출발한 후 중국 항만을 최소 2개에서 5개까지 거치기 때문에 많은 지체가 발생했으나 정시성 9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미니 협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용 셔틀선박을 투입해 중국 항만을 거치지 않고 바로 탄중펠레파스항까지 화물을 운송 후 환적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현재 약 45일에서 50일 가량 소요되는 리드타임이 약 30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응혁 BPA 국제물류지원부장은 "셔틀노선에 북미 노선에나 주력으로 투입되는 6000~9000TEU급 대형선박을 투입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으며,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아시아 항만에 전용 셔틀선을 투입하는 곳은 부산항 외에는 붕타우항, 하이퐁항, 람차방항 등 총 4곳에 불과하다"며 "제미니 협력이 그만큼 부산항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산항 환적 물량 감소 우려에 대해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며, 전체적인 환적 물량은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부장은 "아울러 제미니의 이번 발표에는 북미 노선에서 마지막 항만으로서 전략적 입지가 우수한 부산항을 활용, 북중국발 북미향 화물을 부산항에서 환적하는 등 부산항 중심의 북중국 셔틀노선 운영이 포함되어 있어 유럽향발 환적 물량 감소보다 더 큰 환적 물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PA는 아시아~유럽 노선의 셔틀 투입으로 인해 기존 대비 터미널 운영사 수입 또한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해운학계와 업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BPA가 제미니의 부산항 패싱과 관련해서 해괴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며 "허브 앤 스포크는 해운, 항공, 철도, 택배 등 물류 전반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새로울 게 없으며, 부산항이 허브항에서 탈락한다는 데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주장은 논리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치받았다.

 

그는 "제미니가 모선급 셔틀을 부산항에 기항시킨다고 해도 이는 머스크나 하팍로이드의 선박으로 국내 근해선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모선의 패싱으로 선용품, 줄잡이 등 부산항 경제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부산항은 제미니가 이용하는 객체로 전락해 앞으로 입지가 축소될 것이고 제미니는 자기 이익을 위해 수시로 셔틀항만 운영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미주항로의 물동량도 일시 증가는 가능하겠지만 앞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터미널업체의 한 임원도 "BPA의 논리대로라면 제미니의 직기항 항만에서 빠진 홍콩항이나 카오슝항도 화물을 빨리 보낼 수 있으니 유리해졌다는 식이 되는데, BPA가 이렇게 주장하고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미니의 부산항 스킵은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의 가치를 이 정도로 밖에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BPA가 어떻게 포장을 하든 결론은 부산항이 허브항에서 셔틀항, 또는 피더항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동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그 근거를 의심받고 있다.

 

부산항 신항의 한 관계자는 "BPA의 전망과 달리 부산신항국제터미널은 제미니의 부산항 스킵을 감안해 내년 물동량을 올해보다 1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듣고 있다"며 "항만을 관리하는 BPA보다는 화물유치 영업을 하는 터미널 측이 더 정확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BPA가 북항재개발 비리로 여론의 지탄을 받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제미니의 스킵까지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무리하게 호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양통신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