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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VLCC 시장"…하루 100만달러 돌파

매일 새로운 기록. 중동-중국 TCE도 하루 86만달러

"미친 VLCC 시장"…하루 100만달러 돌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중동 걸프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VLCC의 운임이 하루 80만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실제 용선계약에서는 하루 100만 달러를 웃도는 사례까지 나왔다.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에 따르면 10일 VLCC의 중동 걸프–중국 왕복항로 운임은 하루 약 86만 2,150달러​까지 상승했다. 로이터통신도 오만만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VLCC 운임이 WS 450 수준까지 올라 약 배럴당 11.50달러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해당 운임 지표가 도입된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성약 사례도 나왔다. 선박중개업계에 따르면 장금상선에 소속된 2016년 건조 VLCC ‘쿠웨이트 프로스퍼리티(Kuwait Prosperity)호’​는 오는 22일 중동 걸프–아시아 항해를 WS 1350에 성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일일 수익으로 환산하면 100만 달러를 웃돈다. 이 선박은 장금상선이 직접 운영하는 배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한 유조선 중개인은 시장 상황에 대해 “정말 미친 시장이다. 매일 새로운 기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호르무즈 통과 자체가 프리미엄" 이 같은 운임은 단순히 원유 수요 증가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현재 선주들이 받는 대가 가운데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 노출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으로 보고 있다. 시그널 마리타임(Signal Maritime)의 화물 애널리스트 조르지오스 사켈라리우(Georgios Sakellariou)는 "‘쿠웨이트 프로스퍼리티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만, 해협을 통과한 뒤 중국까지 직접 항해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동쪽에서 선박 간 화물 이송(STS)을 실시한 뒤 다른 VLCC가 화물을 이어받는 방식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TS는 이미 호르무즈 주변 원유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고 있다. MB쉽브로커스(MB Shipbrokers)에 따르면 지난 8월 호르무즈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원유 가운데 STS를 통해 운송된 물량은 하루 약 460만 배럴에 달했다. 1년 전에는 사실상 없었던 거래 방식이다. 이에 따라 VLCC들이 호르무즈 동쪽 해역에서 STS 작업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 밸러스트(Ballast) 상태로 대기하는 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STS 거래는 UAE에 국한됐던 초기 단계에서 쿠웨이트, 이라크,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청정 석유제품까지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리스크'는 선주들의 운항 의사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이란 간 군사 충돌과 상선 공격이 이어지면서 걸프 지역 운항을 꺼리는 선박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실제 시장에서 즉시 투입할 수 있는 VLCC가 급감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 같은 위험 증가가 걸프 지역의 가용 유조선 수를 줄이면서 운임을 추가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지 않는 항로까지 운임 상승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아시아 VLCC 운임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중동에서 발생한 선복 부족과 위험 프리미엄이 글로벌 VLCC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깁슨 쉽브로커스(Gibson Shipbrokers)의 컨설팅·리서치 담당 리처드 매튜스(Richard Matthews)이사는 "현재 운임 수준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의 핵심 변수로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꼽았다. 운임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정유사와 원유 구매자가 운송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원유 수요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STS 확대 역시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항구에서 직접 선적하는 것보다 STS를 통한 선적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 전쟁보험료만으로 하기 어려운 초과수익 이번 운임 폭등의 또 다른 특징은 전쟁보험료 만으로는 현재의 초과 운임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옵티마쉬핑서비스(Optima Shipping Services)는 호르무즈 내부에서 선적하는 VLCC 항로가 기록적인 운임을 보이는 반면, 호르무즈 밖에서 선적하는 동일 선형의 항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옵티마의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노출에 따른 운임 프리미엄은 VLCC 기준 하루 약 56만 6,000달러​에 달한다. 40일 왕복항해로 환산하면 약 2,260만 달러​다. 반면 현재 걸프 항로의 VLCC 일일 수익이 약 86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르무즈 밖에서 동일 항로를 운항했을 때의 수익은 약 30만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즉 현재 시장에서는 선박 자체의 운항수익뿐 아니라 승무원 위험, 구금 가능성, 용선자 승인, 제재 리스크 등 호르무즈에 노출되는 데 따른 복합적인 비용​이 운임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호르무즈에 노후 VLCC 집중 투입 이 같은 초고운임 시장에서 실제로 호르무즈 항로에 투입되는 선박은 상대적으로 노후 선박에 집중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옵티마에 따르면 수에즈 동쪽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VLCC 선복은 전년 대비 약 36% 감소한 반면, 수에즈 서쪽은 약 15% 증가했다. 호르무즈 동쪽에서는 약 40척의 VLCC가 운항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글로벌 활성 VLCC 선대 가운데 약 22%가 20년 이상 된 노후선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제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VLCC 자산가격 역시 급등해 20년 선령 VLCC의 가치는 전년 대비 약 90%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고위험 항로의 초고운임이 노후선과 제재 노출 선박을 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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