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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플랜트

중국을 겨누고 유럽을 흔든 인도의 54억 달러 베팅

  • 등록 2025.12.31 09:20:27

 

인도가 글로벌 조선업 판도를 뒤흔들기 위한 54억달러 규모의 대형 산업정책 패키지를 가동하며, 중국 중심의 조선업계와 이를 견제해온 서방 국가들 모두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도가 세계 조선의 '네 번째 축’을 표방하고 나서면서 2026년은 글로벌 조선업계가 인도를 지켜보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올해 초 30억 달러 규모의 직접 조선보조금과 24억 달러의 조선소 인프라 투자를 결합한 대규모 지원책을 승인했다.

 

이 정책은 최소 2036년까지 유지되며, 인도가 ‘주요 해양강국’ 지위를 목표로 설정한 2047년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시기와 규모는 상징적이다.

 

현재 인도는 글로벌 조선 순위 20~22위, 세계 생산량의 약 0.06%에 불과하다. 반면 인도는 매년 700억~750억 달러를 해외 해운 서비스에 지출하고 있으며, 인도 선주의 선박 가운데 국내 건조 비중은 7%에 그친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 정부는 이번 조선산업 정책을 ‘인도의 마루티 모먼트(Maruti Moment)’로 규정한다. 1980년대 자동차산업을 통해 수입국에서 제조국으로 전환했던 경험을, 이번에는 조선업에서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인도의 목표는 2030년까지 세계 '톱10', 2047년까지 '톱5' 조선국 진입이다.

 

이를 위해 뉴델리는 전략을 숨기지 않는다. 2000년대 초 중국의 산업정책을 공개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해당 전략은 중국을 조선 점유율 14% 수준에서 현재 55~74%로 끌어올린 바로 그 모델이다.

 

익숙하지만 강력한 공식이다. 요약하면 척당 15~25% 수준의 보조금, 세계적 수준의 조선소 건설을 위한 인프라 투자, 정부 지원 수출금융 및 신용보증 등이다.

 

인도는 “중국 수준의 건조비와 국가적 지원을, 지정학적 리스크 없이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장은 현재 연 1,600억~1,70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2,000억 달러 초과 수준으로 완만한 성장이 예상될 뿐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중국 조선업계는 인도와 힘겨운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 조선업계에도 명백한 악재다. 이미 유럽 조선소들은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표준 상선 시장에서 밀려나 크루즈선·페리·군함·특수선 같은 고부가·고난이도 분야에 의존하고 있다. 대규모 보조금을 받는 신규 경쟁자가 진입할 경우 유럽 조선소의 입지는 더 쪼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금융이다. 인도 패키지에는 출하 전·후 리스크에 대한 정부 지원 보험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유럽이 오랫동안 문제삼아온 중국식 수출신용 모델과 사실상 동일하다.

 

이제 유럽은 지정학적 비판조차 어려운 민주주의 국가와 같은 경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상황은 더 극적이다. 미국의 상선 건조는 세계 생산의 0.1~0.13%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사실상 존스법(Jones Act)이라는 보호 장치에 의존한다. 수십 년간 글로벌 선주가 미국 조선소에 대형 상선을 발주한 사례는 없다.

 

비용 격차는 압도적이다. 미국의 상선 건조 비용은 아시아 대비 3~4배, 일부 분석에선 최대 10배까지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5,000만 달러에 건조 가능한 컨테이너선은 미국에서 2억~5억 달러가 들 수 있다.

 

미국은 사실상 글로벌 상업 조선을 포기하고, 해군 함정 유지와 한·일 조선소와의 협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인도가 보조금 기반의 조선 수출국으로 부상할 경우, 화주와 선주들 사이에서 “중국 리스크 없는 아시아 가격”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존스법의 ‘미국 건조 의무’ 재검토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