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부터 새 해운동맹 체제가 가동되면서 '제미니(Gemini) 협력'의 아시아 허브인 탄중펠레파스항(PTP)에서 '혼잡'이 빚어질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탄중펠레파스항은 제미니 협력에서 가장 많은 선박이 기항하는 항만이며, 아시아-유럽 및 아시아-중동 노선, 그리고 태평양 횡단항로 등 주요 기간항로들과 연결된 말그대로 환적 허브다.
탄중펠레파스항이 제대로 역할을 해내느냐에 따라 제미니 협력의 순항 여부는 물론 부산항의 역할과 위상도 영향을 받게 된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탄중펠레파스항의 처리능력.
덴마크의 해운정보기업 eeSea에 따르면 탄중펠레파스항은 지난해 연간 처리용량(1,250만 TEU)을 거의 꽉 채운 1,212만 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며 사실상 100%의 가동률을 보였다.
여기에 제미니 협력의 환적 물량이 쏟아지면 체선체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제미니 협력 회원사인 머스크(Maersk) 산하의 탄중펠레파스 APM터미널 책임자인 라스 M. 옌센(Lars Michael Jensen)은 "대만선사 에버그린(Evergreen)이 자사 화물을 싱가포르항으로 옮기면서 더 많은 공간이 생길 것이고, 탄중펠레파스항 자체적으로도 용량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에버그린은 싱가포르의 PSA와 합작투자계약을 통해 지난해 말 싱가포르항에 새 터미널을 확보했다.
옌센은 이어 "여기에다 더 많은 안벽 크레인과 RTG를 도입해 처리 능력을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탄중펠레파스항은 지난해 이미 전기추진식 RTG 48대와 새 안벽크레인 11대를 발주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다 오션(Ocean) 얼라이언스와 독립 얼라이언스인 MSC 물량도 일부 빠질 예정이다.
eeSea에 게시된 서비스일정에 따르면 현재 탄중펠레파스에 기항하는 오션 얼라이언스의 아시아-북유럽 항로 NEU6 및 NEU7 서비스가 다음달부터 탄중펠레파스 기항을 중단하고 싱가포르항으로 이전한다. NEU6 및 NEU7 서비스는 그간 매달 각각 6만 3,000TEU, 4만 6,000TEU를 실어날랐다.
또 매달 4만 4,000TEU의 물량을 처리해온 MSC의 아시아-유럽 브리타니아 서비스도 다음 달부터 탄중펠레파스 기항을 종료한다. MSC는 탄중펠레파스 대신 베트남 붕타오항과 콜롬보항을 신규 기항지로 지정했다.
머스크는 탄중펠레파스항이 물량 압박을 잘 견뎌낼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것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머스크의 해양부문 책임자인 요한 시그스가드(Johan Sigsgaard)는 "새 네트워크 도입이 하룻밤에 이뤄지지는 않으며,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2M'으로 서비스 중인 선박은 로테이션을 완료할 것이고, 오늘 아시아를 출발하는 선박도 여전히 2M 로테이션을 따를 것"이라며 "2M의 마지막 선박이 제미니 협력으로 이동하는 것은 5월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머스크의 장담에도 항만전문가들은 제미니 협력 출범으로 당장 피더컨테이너선을 통해 탄중펠레파스항으로 실어나르는 환적 물량이 연간 300만 TEU를 웃돌 수도 있어 실제 '혼잡'이 발생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