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양대기청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가 28일 공개한 ‘제20차 북극보고서’에 따르면 북극은 지난 20년 간 과학계가 예상했던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기후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매튜 드러켄밀러(Matthew L. Druckenmiller) 미 국가설빙데이터센터(NSIDC) 선임연구원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의 ‘수문연도’에 125년 북극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며 “이는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 눈·해빙 감소, 1960년대 대비 50%로 '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북극의 겨울 적설량은 평년보다 많았으나 6월 눈이 덮인 면적은 1960년대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눈 덮인 면적은 6년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반사율 저하에 따른 지표 가열 가속이 우려된다.
해빙 역시 급격하게 감소했다. 2025년 3월 최대 해빙 면적은 위성 관측 47년 중 최저치였으며, 2025년 9월 최소 해빙 면적은 역대 10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또 1980년대에 비해 여름철 해빙 면적은 50% 감소했다. 특히 4년 이상 된 두꺼운 해빙은 95% 이상 급감했다.
드러켄밀러 연구원은 “해빙이 얇아질수록 바람·해류 영향에 취약해지고, 지역사회와 산업 활동의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강수량은 1950년 이후 최고치"
2025년 북극은 1950년 이후 가장 많은 연간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봄철 강수량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소위 ‘하늘의 강’으로 불리는 대기강하수(Atmospheric River) 발생 빈도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린란드 빙상·북미 빙하 후퇴 '가속'
그린란드 빙상(Greenland Ice Sheet)은 1990년대 후반 이후 매년 부피와 무게를 잃고 있으며, 북극 전역 빙하 손실 속도는 1990년대 대비 3배로 증가했다.
2025년 알래스카주 주노(Juneau)에서는 멘덴홀 빙하(Mendenhall Glacier) 기원 호수의 범람으로 주택 침수와 주민 대피가 발생했다.
또한 2025년 8월 사우스 소여 빙하(South Sawyer Glacier) 후퇴 이후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가 트레이시 암(Tracy Arm)에서 고도 1,600피트(약 490m)까지 치솟는 쓰나미를 유발했다. 다행히 당시 크루즈선은 해당 해역에 없었다.
■북극해 수온, 평년 대비 최대 7.2℃ 상승
2025년 8월 북극해 표층수온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서양 구역 일부는 1991~2020년 평균 대비 13℉(7.2℃) 높았다.
이로 인해 태풍 할롱(Halong)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해수 온도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서부 알래스카를 강타했고, 10월 12일 기준 최소 1,500명이 이재민이 됐다.
알래스카의 기후전문가 릭 토만(Rick Thoman)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열대성 사이클론의 고위도 진입이 이제는 반복되는 패턴이 됐다”고 지적했다.
■ ‘Atlantification’ 심화
따뜻하고 염분이 높은 대서양 해수가 북쪽으로 침투하는 아틀란티피케이션(Atlantification) 현상도 가속됐다.
이는 해빙 아래의 차가운 층을 약화시키고 해빙 손실을 가속화시키며, 이로 인해 식물플랑크톤 개화 시기가 변화하고 유해 조류가 번성하는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Greening과 Browning 공존
2025년 북극 툰드라 식생 생산성은 26년 관측 중 3번째로 높은 녹색화(Greening) 수준을 기록했다. 동시에 산불과 극한 기상으로 인한 갈변(Browning)현상도 증가했다.
2025년 여름 알래스카에서는 4,000㎢ 이상 규모로 산불이 났으며,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에서는 1만 3,600㎢ 이상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다.
■200개 이상 유역에서 'Rusting Rivers'
영구동토층 해빙으로 철과 중금속이 유출되면서 알래스카 북극 지역 200개 이상 유역에서 강물이 주황색으로 변색되는 '러스팅 리버(Rusting Rivers)' 현상이 보고됐다.
일부 하천에서는 산성도 상승으로 어류 개체군이 전멸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원주민 주도 모니터링 확대
보고서는 북극 원주민 공동체가 구축한 ISN(Indigenous Sentinels Network)를 눈여겨볼 만한 중요 사례로 소개했다.
트윌라 문(Twila A. Moon) NSIDC 차석연구원은 “정부 관측망이 예산 문제로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지역공동체가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제하는 구조가 북극 환경 회복력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