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국영 유조선들이 사흘간의 이례적인 자동식별시스템(AIS)신호 송출 이후 다시 ‘암흑 작전(Dark Operation)’에 돌입하면서 국제 해운 및 안보 전문가들의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해운정보분석업체 윈드워드(Windward)에 따르면 이란 국적 유조선 88척 중 52척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갑작스럽게 AIS 신호를 송출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30일 이상 AIS를 끄고 운항하는 이란 유조선의 관행과 맞지 않는 일이다.
윈드워드는 “이처럼 여러 지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AIS 송출이 재개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며, “이란의 하르그섬, 인도네시아, 중국 인근 항구, 싱가포르 해협 등 다양한 항로에서 유조선의 위치가 포착됐다”고 전했다.
특히 최소 9척의 대형 유조선이 말레이시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도 활발히 신호를 송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란산 원유의 부유식 저장시설과 선박 간 환적(STS)이 자주 이뤄지는 ‘핫스팟’이다.
그러나 AIS 송출은 오래가지 않았다.
TankerTrackers.com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단 한 척을 제외한 모든 이란 국영 유조선이 다시 AIS 신호를 끄고 ‘암흑 상태’로 전환했다.
이란 국영 유조선사 NITC는 오랜 기간 말레이시아 동부 해역을 중심으로 복잡한 물류 체계를 통해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해왔다.
이들 선박은 일반적으로 항해 중 필수 구간에서만 잠시 AIS를 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싱가포르 해협을 통과한 직후 리아우제도 인근에서 다시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운항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작스러운 변화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의견도 다양하다.
윈드워드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가 ‘스냅백’ 조항에 따라 재발효된 지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러한 단기적 AIS 신호 송출 동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TankerTrackers는 “이란 유조선이 스푸핑없이 AIS를 통해 제대로 신호를 송출한 것은 7년 반 만에 처음”이라며, “이는 이란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일시적으로 수용한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