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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②유럽이 하니 한국도 톤세 제도 해야한다고?

"알맹이가 다르다는 게 문제"

  • 등록 2024.05.02 10:44:51


 

유럽과 한국의 톤세 제도 도입 목적은 같다. '자국 상선대의 경쟁력 강화'다.

 

목적은 같지만 법안 내용은 같지 않다. 유럽 각국이 톤세 제도로 절감된 세금을 어디에 쓸지 제한해 놓은 반면 한국은 이를 방임해 놓았다.

 

해양수산부 출신의 한 인사는 "사실상 선주가 세금절감분을 사적으로 배당해 버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 때문에 19년 전 법안 제정 당시 해수부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의 경우 톤세제 적용을 받는 선사에 대해 선원 교육 및 훈련의 장을 마련해야 하며, 매년 고용하는 직원 15명당 1명을 훈련업무에 배치하거나 자금지원하는 것을 명문으로 의무화해 놓았다.

 

그러나 한국의 톤세제 법안에는 이같은 의무규정이 전무하다. 세금 감면분을 선주의 주머니에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실제로도 많은 선주들이 배당 등의 방식으로 세금 감면분을 사익으로 취했다.

 

이에 대해 세법 전문가들은 "해운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를 면제해 준다면 면제된 세금은 당연히 법 제정 취지에 맞게 사용돼야 하는데 이를 결여했다면 제대로된 법안이 아니다"고 평가한다.

 

한 세법 관계자는 "아마도 이런 문제 때문에 법안이 영구화되지 못하고 일몰제로 이어져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톤세 제도는 유럽 각국에서는 영구화되어 있지만 한국은 5년 일몰제다.

 

일몰제이다보니 정부의 눈을 의식해 선사들은 크게 세금감면을 받을 때마다 '자의반 타의반' 기부를 해왔다.

 

2005~2007년 호황기 때 톤세 수혜를 받은 선사들은 절감액의 10% 가량을 내놓았고, 일부는 서울의 해운빌딩 매입에 사용되거나 해양보증기금 등에 출자됐다. 2021~2022년 대호황 때는 2022년 '바다의 품' 재단, 2023년 '선원기금'을 조성했거나 조성 중이다.

 

하지만 관련규정이 없다보니 중구난방이다. 일부 선사는 이같은 출연에 반대하고 거부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SM상선과 같은 경우도 생겼다.

 

지난해 2월 바다의 품 재단 창립 때 33개 해운사가 664억 원을 출연했지만 SM상선 등 SM그룹 소속 해운사들은 바다의 품 재단과 별개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SM그룹과 그룹의 공익법인 삼라희망재단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개선에 사용해 달라며 2억 원을 기부했다.

 

사회공헌은 좋은 일이지만, 톤세 제도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톤세 제도를 없애고 세금으로 걷힌 돈을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하면 더 효율적이고 지원규모도 훨씬 크다는 반론이 나온다.

 

황남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톤세제는 해운업 지원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관철하는 측면이 미약하다"며 "단순히 조세를 감면하여 주는 것만으로 정당한 조세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형평과세의 관점에서 톤세 제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목표 설정과 관철을 위한 요건의 구체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몰제가 20년 가까이 연장돼 오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생겼다. 최대 25%까지 과세되는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이를 처분해 이익을 얻은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벌 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의 대주주 정몽구 및 정의선 부자다. 이 회사의 주식이 처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나타난 2003년만해도 지분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59.85%,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40.15%였다. 사실상 100%를 정몽구 부자가 들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22년 1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은 0%, 정의선 회장은 19.999976%로 지분이 크게 줄어들었다. 정 회장의 지분이 20%에 미세하게 미달된 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줄어든 지분은 대부분 매각을 통해 정몽구 부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톤세 제도가 지향하는 바는 해양강국인데, 정작 속사정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된 것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20년 가까이 지났으면 이제 공과 과가 명확하게 드러난 톤세 제도를 바꾸고 보완해야 할 때"라며 "어떻게 해야 해양강국에 도움이 될 지 좀더 세부적으로 따져보고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양통신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