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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한국해운 발주 침묵 '100일'…도대체 무슨 일?

"해양진흥공사 용두사미"

  • 등록 2024.08.01 09:13:12
 
한국해운의 '발주 침묵'이 100일을 넘겼다.

 

한국해운은 지난 4월 25일 현대글로비스가 PCTC 6척을 중국 광저우조선(GSI)에 6척을 발주한 이후 100일째 발주소식이 끊겼다.
 

업계에선 우려의 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모처럼의 해운 호황으로 선사들의 곳간이 가득 찬 상황에서 이 돈이 대주주 배당금으로 지출되거나 다른 사업에 전용되면서 '해운강국'으로 갈 호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적선대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 '무용론'도 나온다.
 
 
■글로벌 선사들 대규모 발주 경쟁
 

이스라엘 억만장자 이단 오퍼(Idan Ofer)의 이스턴 퍼시픽쉬핑(Eastern Pacific Shipping)은 최근 LR2 4척을 추가로 발주하면서 오더북을 100척, 80억 달러(약 11조 2000억 원)로 늘였다. 현재 LR2 4척과 MR 16척 등 20척의 석유제품운반선을 소유하고 있는 이스턴 퍼시픽쉬핑은 이를 50척 이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또 벨기에의 CMB.Tech는 5억 달러를 들여 탱커 20척을 발주할 태세이며 발주계약이 임박했다. 예상 발주처는 중국 난퉁샹위조선소이며, 5,300dwt급 탱커와 1만 5,000dwt급 탱커 각 10척씩이다.

 

벌크선 뿐 아니라 컨테이너선 발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프랑스의 CMA CGM는 HD한국조선해양에 1만 55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했다. 신조선가는 총 3조 6천832억 원(26억 6,500만 달러)에 달한다.

 

또 일본 ONE는 최근 1만 3,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0척을 중국 중국 장난조선소와 양쯔장조선소에 5척씩 발주했다.

 

라이너리티카는 올해 컨테이너선 오더북이 100만 TEU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고, 알파라이너는 올들어 6월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을 총 64척, 54만 3,500TEU로 집계했다.

 

 

■한국해운 발주는 '뚝'
 
글로벌 해운업계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한국해운의 발주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뚝' 끊겼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글로벌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는데도 국적 선사들은 경쟁이 아닌 현상유지를 택하고 있다"며 "운임 급락을 겁내며 선박 발주를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 회장은 이어 "국내 해운업계가 정작 산업에 필요한 투자를 등한시하면서 지난 1980년대 초 해운합리화 조치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공격적인 경영을 선보인 업체로는 홍콩에 본사를 둔 권혁 회장 소유의 시도상선이 꼽힌다. 토니지 프로바이더인 시도상선은 지난 4개월 간 27억 달러 규모의 신조선 36척을 발주했다.

 

하지만 시도상선은 외투기업으로, 국적 선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선박발주나 선박SM도 중국과 미국 업체 등에 맡기는 등 국적선사와는 동떨어진 경영행태를 보이는 업체다.

 

업계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조선소의 슬롯이 꽉 차 있어 지금 발주해도 인도는 2028년 이후가 된다며 한국해운에 큰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으로 간 해양진흥공사

 

한진해운 파산으로 침몰 위기였던 해운업을 구조하고 국적선대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2018년 7월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지원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출발은 이처럼 창대했지만 그것 뿐으로, 갈수록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적선사에 안정적으로 선박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2021년 시작한 '한국형 선주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듬해인 2022년 최대 12.4억 달러(해진공 50%, 외부조달 50%)를 2026년까지 투자하고, 전문회사를 설립해 최대 50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해진공은 KSS해운과 현대글로비스 등 극소수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데 그쳤다.

 

KSS해운은 알짜선사이고,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2자물류업체인 만큼 굳이 당국의 지원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반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재무상태가 좋은 선사나 재벌기업만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며 "해진공 조직은 날로 불어나는 반면 선대 확충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해진공의 전체 자본금 규모는 3조 1339억 원이다. 근무 인력은 출범 당시의 3.3배인 169명, 자산규모는 창립 당시보다 4.3배 늘어난 11조 8600억 원으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