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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승자의 저주' 비켜갈까

하림 HMM 인수, 해운업계에선 부정적…"매각까지 성사될 지 지켜봐야"

  • 등록 2023.12.19 04:52:04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선사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JKL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향후 세부 계약 조건을 협상한 뒤 내년 상반기 중으로 하림측의 HMM 인수가 성사되면, 한국 해운업계는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와 국내 1위 벌크선사가 한지붕 아래 있는 형태로 재편된다.

 

하림은 HMM 인수 시 시너지 요인으로 벌크선 사업 경험을 꼽아왔다. 그러면서 국내 1위인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앞세웠다. 팬오션은 올해 6월말 기준 301척의 선대를 갖춘 만큼 HMM을 인수하면 영업망이나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선박 연료 등 유지 관리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시너지 효과로 기대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서로 다른 시장인 만큼 각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도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벌크선 사업과 컨테이너선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시황 변동성을 완화하려 한다. HMM도 현대상선 시절인 2001년말 컨테이너선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3%에 그쳤다. 나머지는 자동차 수송(21.4%), 원유·LNG 등 탱커(15.1%), 곡물 등 건화물(10.9%), 석탄·철광석 등 전용선(2.3%) 등이 채웠다.

 

그러나 2002년과 2014년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자동차 수송 사업부(유코카캐리어스)와 탱커 사업부(현대LNG해운)를 차례로 분리 매각해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가 됐다. 지난해 기준 HMM은 매출액의 93.1%(17조 3050억 원)를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일으켰다. 벌크선 사업 매출은 5.9%(1조948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 매출은 4조 8238억 원이다. 두 회사의 매출 구조를 단순 합산하면 컨테이너선 사업과 벌크선 사업 비중은 3대 1 수준으로 개선된다.

 

경기둔화와 컨테이너선 공급과잉에 따른 해운업계 불황기를 버텨내는 것은 HMM의 방향타를 잡은 하림그룹의 과제다. 세계최대 해운동맹 2M(MSC와 머스크) 붕괴에 따른 무한경쟁이라는 거대한 파도도 다가오고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내내 TEU당 1000달러를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1TEU당 1000달러는 해운업계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HMM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초에는 SCFI가 TEU당 5000달러였다. 이에 올해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758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6004억 원 대비 97% 감소했다. 또다른 글로벌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Maersk), 이스라엘 짐 라인(ZIM LINE), 대만 완하이(Wan Hai) 등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점유율 기준 세계 1, 2위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Maersk)가 구성한 해운동맹 2M의 2025년 해체가 확정됐다. 2M,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등 3개 동맹으로 이뤄지던 균형이 깨지면 업계 경쟁이 더 심해지고 운임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높은 인수 비용 마련도 과제다. 약 6조 4000억 원의 높은 인수가를 부담했음에도 하림측이 활용할 수 있는 HMM의 배당 규모는 제한적이다. 하림 측은 산업은행 등에 영구채의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일었다. 매각 측이 HMM의 배당을 3년간 포기하라는 것이다.

 

하림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지체되자 요구사항을 철회하고,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인수 마무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매매계약서 체결여부가 이번 우선협 선정이 본계약으로 연결되는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본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해운업계에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 절차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선 'HMM 보유 지분 5년 보유 조건' 등이 어떻게 합의됐는지 아직 명확하게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며 이를 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데 성공했다"면서 "비정상적인 인수인 만큼 앞으로 HMM이 순탄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양통신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