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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산은과 해진공 상반된 의견에 HMM 매각 '혼선'

"산은은 하림, 해진공은 매각 반대"…노총 시민단체 잇따라 반대 성명

  • 등록 2023.12.05 09:33:08

 

HMM 매각과 관련,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매도자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하림그룹과 동원산업이 제시한 조건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처음부터 강한 HMM 매각 강행 의지를 보여 왔다. 한국전력 적자 등 부담이 커지며 투자 지분을 정리해 자본비율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KDB생명 매각, 국적항공사 통합작업도 차질을 빚은 터라 HMM 매각 성과가 더 중요한 상황이다.

 

해진공은 해진공대로 처음부터 이번 매각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을 보여왔다. 해양수산부도 마찬가지.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이 HMM을 인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위 여건은 산은에 우호적이지 않다. HMM 노조의 매각 반대 시위 속에 4일에는 한국노총이 나서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선원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공적자금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인수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기자본 조달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막대한 외부 자금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수 이후 HMM은 자본수익 회수에 혈안이 된 투기자본에 의해 추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안 그래도 사모펀드의 표적이 되는 전통 해운기업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5일에는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이 반대 성명을 이어받았다. 시민모임은 성명서를 내고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한다"며 "HMM 민간매각에 보다 신중을 기해달라"고 촉구했다.

 

투자조건에서 하림그룹이 일방적으로 좋으면 선택이 쉽지만 그렇지도 않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금액은 하림그룹 쪽이 높지만 배당 제한, 잔여 영구채 전환 등에 대한 조건은 동원그룹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즉, HMM 인수 후에는 경영권을 간섭받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결국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인수자금에 충당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 하림그룹 쪽에 마음이 가는 모습이지만 해양진흥공사는 금융을 크게 일으키고 계약조건도 까다로운 곳에 주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배임 논리에 대한 해석도 산은과 해운업계가 정반대다.


산은은 "정상화된 기업은 빨리 시장에 돌려줘야 하며 예정가격을 넘은 원매자가 있을 경우 팔지 않으면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해운업계에선 "능력이 안되는 매수자에 팔 경우 업체가 망가지는 것이 뻔한데도 매각을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이익에 대한 배임"이라고 치받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심사가 길어진다는 것 자체가 이번 매각이 경제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금융권 스스로가 알기 때문"이라며 "유찰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