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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조선 강국을 기대하며

서용석/중소조선연구원 원장

  • 등록 2023.11.30 14:41:29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다. 국가의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특히 부산은 아쉬움이 크다. 지난 수 년 동안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질적, 양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부산의 경제와 산업을 고려할 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결과다.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제3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동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두바이의 탈바꿈은 오일 달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네옴 시티’라는 국가적 아젠다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를 통해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가시적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 뛰어들어 우리나라를 물리치고 개최국으로 선정되었다.

 

결과를 보니 29대 119로 압도적 패배였다. 오일 머니에 당했다고 국내 언론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오일 머니라는 경제력이 전 세계에 통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제 전쟁에서 완패한 것이다. 오일 머니의 위력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체감한 것이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 경쟁이라 할 수 있다.

 

국가의 역량은 경제와 산업이 대변하고 있다. 군사력은 산업 기술과 경제력이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전쟁 가능한 군사력을 보유할 수는 있으나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양분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기술과 경제의 힘이다.

 

국가간의 경쟁도 그렇지만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조선분야에서 세계 제 1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중국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력에서는 오히려 밀리는 형국이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우리나라를 앞지르려는 목표를 차근차근 이루어 가고 있다. 이미 중소형 선박 부분은 우리를 추월하였으며 이제는 중대형 선박을 넘어 고부가가치 선박인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자율운항선박에서도 점유율을 높이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사정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수주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결코 안심할 수가 없다.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은 일시적인 현상에서 만성적인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으며, 친환경·자율운항 선박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는 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국제 표준 등 아젠다 선점도 유럽이나 일본 등에 뒤처져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주요 경쟁력인 생산 분야에서 투자와 기술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설계 기술과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조선소 기술이 결합되어 우리의 수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더불어 기술이 경쟁의 핵심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초유의 국란을 극복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우리 선조들의 뛰어난 조선 기술도 크게 기여했다. 철갑선인 거북선으로 적선을 파괴한 능력은 진정 적을 압도한 초격차 기술이었다. 영국이 철선과 증기기관이라는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거의 백년 동안 조선산업을 제패했고, 일본이 용접기술을 이용하여 수 십년 리드하였듯이, 우리도 세계를 제패할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육성해야 한다. 수주 점유율에 따라 1, 2위가 뒤바뀌는 현실에서는 진정한 조선산업의 리더라 할 수 없다.

 

최근 조선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탄소 제로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무탄소 추진을 지향하는 친환경 선박과 AI, 빅데이터, 초연결 등의 첨단 기술을 적용한 자율운항선박 그리고 전통 조선생산기술을 스마트하게 전환하는 스마트 조선소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조선산업을 제패할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항상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되어 10년, 20년 뒤에 진정한 조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진정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