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술기업 CJ대한통운이 첨단 패키징 기술로 물류업계의 새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내 ‘패키징혁신센터(PIC)’가 선보인 차세대 신기술을 연이어 상용화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택배 상자 내 제품 파손 우려까지 차단하는 등 물류 혁신을 이끄는 모습이다.
CJ대한통운은 패키징혁신센터에서 개발된 의류 특화 폴리백 패키징 설비 ‘앱스(APPS)어패럴 자동 포장 시스템’과 ‘원터치 박스&송장’을 최근 고객사 물류에 적용했다고 11일 밝혔다.
앱스는 원단 위로 의류를 일렬로 배열해 이동시키면서 감싼 뒤 포장까지 자동 마무리하는 설비다. 앱스를 이용하면 자동화에 따른 물류비 절감뿐 아니라 재활용 플라스틱(PCR) 포장재, 가위가 필요 없는 ‘이지컷(easy-cut)’ 적용 등으로 분리배출의 불편함도 줄일 수 있다. 원터치 박스&송장은 테이프를 쓰지 않으면서도 상자 포장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초 세계포장기구(WPO)의 '2024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즈'에서 이커머스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패키징혁신센터는 화성 동탄 물류단지에 조성된 연구조직이다. 내부에는 ▲운송 중 발생할 수 있는 압축‧적재‧진동 시험을 위한 패키징 안전성 연구실 ▲운송 과정의 온·습도 환경을 재현한 물류환경 시험 연구실 ▲자동화설비 검증실 ▲샘플 제작실 등이 들어서 있다.
패키징혁신센터는 택배상자 파손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R&D에도 매진 중이다. 수백번의 낙하실험과 함께 가혹한 상자 적층 및 진동 환경, 온도 변화 등의 테스트를 거쳐 가장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운송 및 적재 시 파손 가능성을 파악하는 ‘박스 압축 시험기’와 ‘낙하 충격 테스트’다. 압축박스 시험기는 최대 5000kg의 하중을 가하면서 층층이 쌓인 택배상자가 견딜 수 있는 압축강도를 측정한다. 택배 특성 상 상자가 집하부터 상·하차, 라스트 마일 배송에 이르기까지 줄곧 적층 상태로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해 하중에 의한 파손 우려를 해소했다. 낙하 충격 테스트에서는 최대 1.2m 위에서 택배상자를 면, 모서리, 코너로 470여회 떨어뜨려 충격에 의한 파손과 취약부를 파악한다.
센터는 또한 여러 각도와 축에 따라 택배 상자에 약 6만여 회의 진동과 충격을 주는 ‘진동 환경 시험’, 영하 25도에서 영상 40도에서 택배 내용물의 변화를 측정하는 패키징 온도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각각 일반 도로뿐 아니라 비포장도로나 연석 등 다양한 진동 상황에서의 내구성 담보, 운송 시 온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패키징을 개발하려는 취지다.
CJ대한통운은 테스트로 입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고정형 패키징’을 연내 상용화 해 고객사와 소비자 편의를 끌어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상품별 안정화·효율화된 박스 공급을 통한 파손 위험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소비자에게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최적화된 박스 포장으로 구매 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패키징혁신센터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최근 스마트폰, 반도체 제조사들로부터 패키징 의뢰를 받는 등 CJ대한통운이 고객사 저변을 첨단 산업군까지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찬우 CJ대한통운 패키징 기술팀장은 “패키징을 비롯해 물류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 페인 포인트(Pain Point)해결 의지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고객 접점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제품 특성과 배송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패키징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이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패키징 시장은 글로벌 물류기업들 또한 눈여겨보는 분야기도 하다. 전세계적인 지속가능경영 트렌드, 포장 효율화를 통한 원가절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물류기업 DHL은 차세대 패키징 시장규모가 지난해 274억달러(36조9000억원)에서 2032년 493억달러(66조4000억원)으로 10년간 79.9% 확대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