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주장으로 '홍해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발표에 충격받은 후티 반군이 상선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몇 주 동안의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휴전이 유지되자 일부 선사들은 화물선을 보내 수에즈 운하 시험 운항에 나섰다.
지난 주말 오만의 국영선사 아샤드쉬핑(Asyad Shipping)의 14만 8,174cbm급 '살랄라 LNG호'는 홍해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운항했고, 이에 앞서 지난주에는 노르웨이 선사인 챔피언 탱커스(Champion Tankers)의 4만 7,200dwt급 유조선 '챔피언 스타호'가 수에즈 운하, 홍해, 바브알만데브 해협을 차례로 통항했다.
벌크선 및 탱커 운영선사 노르덴(Norden)의 CEO 얀 린드보(Jan Rindbo)는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가자지구 인수 계획이 중동의 혼란과 긴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홍해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 "후티 반군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지 않을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또 해사자문업체인 베스푸치 마리타임(Vespucci Maritime)의 CEO인 라스 옌센(Lars Jensen)은 "홍해를 다시 통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초의 희망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옌센은 "일주일 전에는 터널 끝에 희망의 빛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홍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 진단은 상하이 컨테이너 선물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상하이 컨테이너 선물 가격은 지난 3 거래일 동안 30% 이상 반등히면서 스팟 운임과 '따로 국밥'식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는 이제 끝났다'는 인식에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대만선사 양밍의 차이펑밍(蔡鋒銘) 회장은 "컨테이너선들이 5월 이전에 수에즈 운하 통항을 재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펑밍은 지난 7일 열린 중국선주협회의 춘절 기념행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1월 19일 휴전에 도달했지만, 선사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전쟁이 앞으로 60일 내에 끝나더라도 공급과 수요를 정상화하는 데는 최소 3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스크(Maersk)도 지난주 "올해 중반 또는 연말이 돼야 홍해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머스크의 CEO 빈센트 클럭(Vincent Clerc)은 이같이 밝히면서 "수에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라며 "몇 주 후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 의심이 있는 한, 우리는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