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항만 혼잡으로 일부 선복이 사실상 운송망에서 빠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C.H. 로빈슨(C.H. Robinson)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의 약 12%가 항만 혼잡으로 흡수됐다.
이는 최근 4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C.H. 로빈슨의 10월 ‘엣지 리포트(Edge Report)’에 따르면 항만 혼잡은 특히 동아시아, 북유럽, 인도 아대륙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컨테이너선대의 기초적인 공급 여건 자체가 크게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선박은 존재하지만 항만에서 대기하거나 일정 차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제때 투입되지 못하면서 화주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선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C.H. 로빈슨은 "해상 네트워크상 선복이 존재하더라도 항만 혼잡과 선사들의 일정 정상화 조치에 따라 그 선복이 언제, 어디에서 이용 가능한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 주목할 부분은 명목 선복량과 실질 가용 선복량 사이의 차이다. 선박이 항만에서 장시간 대기하면 해당 선박은 장부상으로는 여전히 운항 선대에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음 항차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운송능력이 일시적으로 사라진다.
특히 항만 혼잡으로 선박 일정이 뒤틀리면 특정 항만에 선박이 한꺼번에 몰리는 '선박 몰림' 현상이 발생하고, 이후 항차에서도 연쇄적인 지연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태풍으로 인한 기항 취소와 주요 환적항의 혼잡까지 겹치면서 일정 신뢰성도 악화되고 있다.
컨테이너 자체의 이동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혼잡한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장기간 쌓이면 공컨테이너를 필요한 지역으로 다시 배치하는 작업도 어려워진다. 결국 선박뿐 아니라 컨테이너 장비의 회전율까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 기항 스킵이 더 문제
‘결항(Blank Sailing)’보다 무서운 것은 '스킵(Port Omission)'이다.
계획된 결항은 화주가 선적 전에 일정을 파악하고 다른 선박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선박이 이미 항해를 시작한 이후 항만을 건너뛰게 되면 화물은 다른 피더선박을 기다리거나 다른 환적항을 거쳐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체 서비스로 화물을 회수해야 한다.
C.H. 로빈슨은 "이러한 상황이 단순한 선복 감축보다 공급망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항로별 상황 엇갈려
아시아-북미 항로가 골든위크와 결항의 영향으로 선복 제약을 받고 있는 반면, 아시아-유럽 항로는 기초적인 선복 공급이 개선되면서 운임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도-북미 항로 역시 선박 공간 부족과 콜롬보를 통한 연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운임에 나타났다.
2일 기준 시장조사기관 제네타(Xeneta)는 극동아시아~미 서안 노선 운임이 전주 대비 1.7% 상승한 FEU당 8,34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 동안 항로는 0.7% 오른 FEU당 1만 1,523달러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드류리(Drewry)의 세계컨테이너운임지수(WCI)도 상하이~뉴욕 노선은 1% 상승한 FEU당 1만 428달러, 상하이~로스앤젤레스 항로는 FEU당 7,835달러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였다.
반면 아시아~유럽 항로 운임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WCI 기준 상하이~로테르담 노선 운임은 전주 대비 2% 하락한 FEU당 3,399달러, 상하이~제노바 노선은 3% 하락한 FEU당 3,702달러로 집계됐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 같은 선복 과잉 또는 부족이라는 현상도 항만 혼잡과 네트워크 구조에 따라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