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에도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란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LNG와 석유제품 등 주요 에너지·원자재의 해상 운송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해운·에너지시장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9월 걸프 지역에서 유조선과 파이프라인을 통해 외부로 반출된 원유는 하루 평균 약 1650만 배럴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JP모건도 걸프 지역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약 98%까지 회복된 것으로 평가했다.
원유 수출 회복에는 해협을 통과한 원유를 다른 선박으로 옮겨 장거리 운송하는 선박 간 환적(STS·Ship-to-Ship)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Fujairah) 인근 정박지에서의 STS가 크게 증가했다.
케이플러 애널리스트 아메나 바크르(Amena Bakr)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최근 하루 64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이전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걸프 전체 원유 수출량이 빠르게 회복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원유가 빠르게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운송 비용과 위험 프리미엄은 크게 높아진 상태다.
특히 이라크산 원유 수출업체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거나 우회 운송하는 데 따른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 원유를 기준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일부 이라크 수출업체들이 원유를 기준가격보다 배럴당 최대 37달러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원유 수출 회복이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LNG와 요소·암모니아·황, 정제유 등 주요 화물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출 회복이 제한적이다. 특히 정제제품 시장의 불안이 두드러진다.
디젤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국평균 디젤 소매가격은 9월 21일 갤런당 6.53달러까지 치솟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28일에는 6.38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제유 공급 부족에는 여러 요인이 겹쳤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산 디젤 공급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으로 걸프 지역 정유제품 수출도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정유공장 가동과 재고 상황이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케이플러는 9월 중순 미국 정유사들의 원유 투입량이 전주 대비 하루 50만 배럴 감소했고, 휘발유 재고도 5년 평균보다 1260만 배럴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는 우회와 STS 환적을 통해 시장으로 복귀하고 있지만, 정제·가스·화학제품의 공급망은 여전히 막혀 있는 이중 구조가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