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율운항선박 기술기업 사로닉 테크놀로지스(Saronic Technologies)가 3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대형 조선소 건설에 착수했다.
자율수상함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과 상선까지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조선 생산기지를 새로 구축하면서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움직임이 본격적인 건조능력 확충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로닉은 9월 30일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차세대 조선소인 ‘포트 알파(Port Alpha)’ 착공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포트 알파는 초기 약 338만 ㎡ 규모로 조성된다. 1단계에는 약 11만 ㎡ 규모의 실내 생산시설과 762m 이상의 심해 안벽, 최종 선박 조립을 위한 2~4개의 건조 공간 등이 들어선다. 연간 철강 가공능력은 약 7만 5000톤으로 계획됐다.
사로닉은 조선소 가동 초기 연간 약 15만GT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 규모가 현재 미국 상업용 조선능력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최대 259m 길이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으며, 향후 확장이 완료되면 366m를 넘는 선박도 건조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장기적으로는 생산능력을 150만~200만GT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사로닉은 포트 알파를 모듈화와 자동화, 로봇 기반 생산방식을 적용한 ‘화이트 페이퍼’ 방식의 신규 조선소로 설계하고 있다. 기존 조선소의 생산라인과 설비를 개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선박 생산의 흐름과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포트 알파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율운항 선박과 유인 선박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사로닉은 당초 소형 자율수상함 개발업체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미 해군 사업으로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달에는 55m급 중형 무인수상함(MUSV) ‘마라우더(Marauder)’의 미 해군 생산계약을 확보했다. 마라우더는 해상시험에서 8일 동안 140개 이상의 시험 시나리오를 수행한 뒤 생산 단계로 넘어갔다.
사로닉은 이와 별도로 콘래드 조선소(Conrad Shipyard), 마스터 보트 빌더스(Master Boat Builders)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상륙정인 LCU 1700 시제품 사업에도 참여한다. 세 업체에 대한 초기 계약 의무 규모는 총 2억 8050만 달러 수준이며, 사로닉은 향후 포트 알파에서 해당 상륙정을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포트 알파가 단순한 무인선 전용 조선소가 아니라 미 해군의 전통적인 유인 함정과 차세대 무인함정을 함께 생산하는 복합 조선기지로 구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로닉은 포트 알파를 통해 최대 1만 개의 직접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접공과 기계공, 조선설계사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로봇 전문가까지 다양한 직종의 인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사로닉이 포트 알파 건설을 추진하면서 삼성중공업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로닉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양사는 자율화 기술과 선박 생산기술을 결합하고, 로봇 기반 공정 자동화 등을 미국 내 사로닉 조선소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력 범위에는 텍사스 포트 알파와 사로닉의 루이지애나 조선소 등이 포함된다.
특히 사로닉은 포트 알파를 설계하면서 생산공정의 표준화와 모듈화, 자동화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대형 선박 건조 및 생산자동화 경험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 구축 과정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유다.
이는 미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체가 단순히 선박을 수주하는 것을 넘어 현지 생산체계 구축과 조선소 운영·자동화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