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KR)과 HD현대삼호가 선박건조 과정에서 이뤄지는 '부분 진수'시의 구조 안전성을 보다 신속하게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다양한 선종과 염도, 수온 등의 환경 변수를 모두 반영한, 세계 최초의 프로그램이다.
KR은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스텍(Gastech) 2026’에서 HD현대삼호에 공동개발 종료증서를 전달했다.
양사는 지난 2월부터 약 8개월간 ‘직접강도평가(Direct Strength Analysis·DSA) 기반 부분 진수 조건의 구조해석 자동화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했다.
부분 진수는 선박 건조가 완료되기 전에 선체를 물에 띄운 뒤 도크 밖에서 후속 작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도크 회전율을 높이고 건조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완성선과 구조·중량 조건이 다른 상태에서 선체를 띄워야 한다는 점에서 별도의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부분 진수 시점에는 일부 선체 블록이나 구조물이 아직 연결되지 않았거나 설치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에 따라 선체의 무게와 부력 분포, 선체에 작용하는 하중 등이 완성선과 달라진다.
기존에는 부분 진수 시점의 건조 상태에 맞춰 별도의 해석 모델을 만들고 하중과 부력 등을 다시 계산해야 했다. 건조 현장에서 부분 진수 계획이 바뀔 경우 구조 안전성 검토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에 개발된 프로그램은 완성선의 해석 모델을 기반으로 부분 진수 시점에 설치되지 않았거나 연결되지 않은 구조물을 자동으로 반영한다. 건조 상태에 맞는 해석 모델을 구성하고 구조물의 미설치 등에 따른 선체 무게와 자세 변화, 하중과 부력 등을 자동 계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 현장 조건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느냐에 초점
HD현대삼호가 개발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은 실제 조선소에서 이뤄지는 부분 진수 조건을 프로그램에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였다.
부분 진수는 선박마다 건조 단계와 구조물 설치 상태가 다를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해석 계산을 자동화하는 것만으로는 현장 활용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삼호는 실제 건조 현장에서 적용되는 부분 진수 시나리오와 선체 상태, 하중 조건 등을 제공하고, KR은 이를 바탕으로 직접강도평가를 활용한 구조해석 기능을 개발했다.
심학무 HD현대삼호 전무는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분 진수 조건을 빠르게 반영하고 구조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계산 자체의 자동화뿐 아니라 실제 건조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적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현장 조건에는 염도 수온 등도 포함된다. 심 전무는 "이번에 개발한 프로그램을 울산조선소에 적용하려면 수정이 필요하다"며 "동해안과 남서해안의 바닷물 염도 등 여러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실제 선박에 적용해 검증…현장 적용성 확인
프로그램의 실효성은 실제 건조 선박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HD현대삼호는 개발된 프로그램에 실제 부분 진수 대상 선박의 건조 상태와 구조 조건 등을 입력해 해석 모델을 구성하고, 부분 진수 과정에서 예상되는 하중과 부력 등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수행하던 구조 안전성 검토 결과와 프로그램의 계산 결과를 비교해 해석 결과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실제 건조 현장에서 요구되는 조건을 프로그램이 제대로 반영하는지도 점검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선박 건조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했다는 게 양측 설명이다.
HD현대삼호는 향후 이 프로그램을 실제 부분 진수 작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첫 적용 시점이나 적용 선박의 규모·선종은 현장 적용 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도크 운영 효율 높이고 적용 범위 확대
이번 기술 개발은 부분 진수에 따른 구조 안전성 검토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조선소의 도크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분 진수 조건을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면 건조 일정이나 도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도크에서 2척 이상의 선박을 건조할 때 효용도가 높다. 가령, 한 척은 공정률 100%, 다른 한 척은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을 때, 40% 공정률 선박이 100%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면 도크 가동률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심학무 전무는 "이 때 40% 공정률의 선박을 같이 진수해 100% 공정률의 선박을 빼내고, 다시 가라앉혀 작업하면 도크 이용률이 크게 높아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KR은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부분 진수 선박의 직접강도평가 기술과 관련 기술검토 역량을 확보하고, 향후 다양한 선종과 부분 진수 시나리오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규진 KR 부사장은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부분 진수 시 선체 강도를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과 기준을 확보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기술검토와 승인 역량을 강화하고 조선소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박 건조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 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