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Maersk)가 약 9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신조선 발주 프로그램에 나서면서 컨테이너선 시장의 최대 선형이 다시 한 단계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레이드윈즈는 머스크가 최대 42척에 이르는 신조선 발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전체 투자 규모는 약 89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머스크가 기존 2만 4,000TEU급을 넘어서는 2만 7,5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ULCV+)이 머스크의 차세대 선대 전략에 포함될 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발주는 지난 수년간 컨테이너선 호황으로 축적한 현금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노후 선박을 교체하는 동시에 선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이미 올해 중국 뉴타임스조선(New Times Shipbuilding)과 1만 8,6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8척 건조 계약을 확정했다. 이들 선박은 2029~2030년 인도될 예정이다.
한 선박중개인은 "머스크는 뉴타임스조선에 이어 이번 발주건도 중국 조선소들과 우선 협의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며 "한국 조선소와 발주 물량이 나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중국 조선소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대규모 발주에 나서는 배경에는 선대 노후화와 함께 향후 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2000년대 후반 건조된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교체 주기에 진입하면서 기존 선박을 순차적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2030년 전후로 강화될 환경규제와 탄소비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선박보다 연료효율이 높은 차세대 선박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머스크의 최근 투자 흐름을 보면 단순한 선복 확대보다는 선대의 질적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운시장의 관심은 무엇보다 이번 발주에 2만 7,500TEU급 ULCV+가 포함될지 여부에 쏠린다.
앞서 알파라이너(Alphaliner)는 장거리 동서항로에서 2만 7,500TEU급 선박이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길이 414m, 폭 63.3m의 선체에 LNG 이중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하면 2만 7,000TEU 이상의 적재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단순히 선박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선체 크기를 키우면서도 연료소비 증가를 최소화해 TEU당 운송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알파라이너는 2만 7,500TEU급 선박의 연료소비가 2017년 건조된 약 2만 500TEU급 선박보다 크게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경우 기존 선박보다 약 7,000TEU의 추가 선복을 확보하면서도 상당 부분의 추가 화물을 상대적으로 낮은 연료비 부담으로 운송할 수 있다.
연료가격과 탄소배출 비용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규모의 경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발주가 현실화되더라도 실제 선박 투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요 조선소의 신조선 슬롯이 2029년 전후까지 대부분 찬 상황이어서 현재 발주할 경우 대형선의 본격적인 시장 투입은 2030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머스크의 노후선 교체 시점과도 맞물린다.
머스크가 기존 2만 4,000TEU급 선박을 단순히 대체하는 대신 2만 7,500TEU급 이상의 새로운 선형을 선택한다면 컨테이너선 시장의 선박 대형화 경쟁도 다시 한번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특히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운영하는 '제미니(Gemini Cooperation)'가 허브&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으로 운항망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대형선 투입의 경제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대형선을 주요 허브항에 집중 투입하고 기항지를 줄이면 초대형 선박의 높은 적재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발주는 단순한 선대 확대를 넘어 컨테이너선 시장의 최대 선형 경쟁을 다시 촉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만 4,000TEU급이 지난 10년 가까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사실상 상한선으로 자리 잡았다면, 머스크가 차세대 교체 선박으로 2만 7,500TEU급을 선택할 경우 ULCV+가 2030년대 컨테이너선 시장의 새로운 표준 선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