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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하팍로이드 ZIM 인수, 이스라엘정부 승인 ‘빨간불’

  • 등록 2026.08.12 20:39:03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와 이스라엘 사모펀드 FIMI가 추진하는 42억 달러 규모의 ZIM 인수​가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팍로이드 등이 이스라엘 내 선박과 고용을 유지하고 부채없는 ‘뉴 짐(New ZIM)’을 출범시키겠다는 대폭적인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 해운·항만 당국은 새 회사가 실질적으로 하팍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전략적 이해관계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칼칼리스트(Calcalist)에 따르면 당초 이번 주 열릴 예정이었던 8개 정부기관의 인수 승인 관련 의견취합 회의는 9월 9일로 한 달 연기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분위기로는 이들 기관 가운데 과반이 인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기관들의 공식 입장이 정리되면 이후 하팍로이드와 FIMI가 정부기업청에서 최종적으로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갖게 된다.

 

하팍로이드와 ZIM은 지난 2월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하팍로이드는 ZIM주식 100%를 주당 35달러, 총 약 42억 달러​에 인수하는 구조다.

 

거래가 완료되면 ZIM의 국제 컨테이너 사업은 하팍로이드에 편입되고, 이스라엘 전략 항로와 국가의 특별주식인 골든셰어(Golden Share)​를 담당하는 별도 회사 ‘뉴 짐(New ZIM)’은 FIMI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하팍로이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글로벌 선복 규모가 300만 TEU 이상, 선박 400척 이상​으로 확대돼 세계 5위권 컨테이너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연간 운송 물량은 1,800만 TEU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태평양·아시아 역내·대서양·남미·동지중해 등 주요 항로에서 네트워크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ZIM을 단순한 민간 컨테이너선사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ZIM은 이스라엘의 전략적 해상 공급망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으로, 정부가 보유한 골든셰어를 통해 국가 안보와 필수 해상운송 능력을 확보하는 구조가 유지돼 왔다.

 

인수자 측은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당초보다 상당한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

 

뉴 짐은 이스라엘 중심의 컨테이너선사로 출범하면서 16척의 선박을 확보한다. 이는 현재 골든셰어 체제에서 요구되는 최소 11척보다 많은 규모다. 또 이스라엘 내 지역사업부에 약 200명을 고용하고, 별도로 250~300명 규모의 기술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존 직원들의 고용도 10년간 보장하기로 했다.

 

특히 뉴 짐은 현재 ZIM이 보유한 약 29억 달러의 부채없이 출범할 예정이다. 인수자 측은 이를 통해 재무적으로 더욱 안정적인 이스라엘 국적 선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하팍로이드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주요 항만 접근성을 활용할 수 있어 오히려 이스라엘의 해상 연결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하팍로이드와 FIMI는 인수안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EY(Ernst & Young)​와 BCG, 전 이스라엘 해운항만청장인 ​이갈 마오르(Yigal Maor) 등의 의견도 제출했다. 정부기관들이 제시한 질문 174개 가운데 120개에 답변하고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양보안에도 이스라엘 해운항만청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차독 라드커(Tzadok Radker) 해운항만청장은 최근 두 번째 검토 의견을 통해 거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핵심 쟁점은 뉴 짐이 법적으로 이스라엘 회사로 분리되더라도 선복, 국제 항로망, 주요 시장 접근권, 운영 인프라 및 상업적 의사결정​에서 하팍로이드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라드커 청장은 “하팍로이드가 선복과 국제 운송 네트워크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만큼, 별도 이스라엘 법인이 설립되더라도 전략·사업·운영 측면에서 완전히 독립된 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또한 뉴 짐의 규모가 현재 ZIM보다 크게 축소되면서 장기적으로 골든셰어 조건을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국방부, 경제부, 농업부, 교통부 등이 거래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와 국가안보위원회는 아직 공식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재무부 회계총국도 거래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자 측은 이 같은 판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FIMI는 해운항만청의 평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ZIM의 외국인 지배 비중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뉴 짐을 통해 오히려 이스라엘의 해운산업과 선원 고용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FIMI 측은 “뉴 짐은 모든 활동 영역에서 독립적인 강력한 이스라엘 기업이 될 것”이라며 핵심 사업과 운영, 전략, 미래 성장에 대한 통제권을 뉴 짐이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