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영선사 SCI가 최대 8,0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대규모 입찰에 나서면서 한국 조선업체와의 협력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업은 SCI가 추진하는 컨테이너선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로, 총 사업비가 약 7억 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인도 정부가 자국 조선소의 수주를 우선시하면서도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을 갖춘 해외 조선소와의 기술제휴 및 협력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한국 조선사의 기술 파트너 참여 가능성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SCI는 지난 7월 31일 최대 8,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신조 입찰 공고를 냈다. 이 중 2척은 확정 발주분이며 4척은 옵션으로 구성된다.
선박은 약 330m 길이에 서비스속도 17노트, 항속거리 약 2만 해리 수준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선박당 약 1,000개의 냉동컨테이너(Reefer Container) 슬롯을 확보하고 미국 컨테이너항 입항을 고려한 에어드래프트(Air Draft) 조건도 적용된다.
핵심은 LNG 이중연료(LNG Dual-Fuel) 추진이다.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에 LNG연료추진시스템을 적용하려면 연료탱크 배치와 화물 적재능력, 연료공급 시스템, 안전설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단순한 선가 경쟁보다는 대형 컨테이너선 설계 및 LNG 추진 시스템 구축 경험이 실제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입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인도 조선소 우선 정책과 해외 조선소 기술협력 허용을 동시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SCI는 컨테이너선 건조 실적이 부족한 인도 조선소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해당 조선소가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을 보유한 해외 조선소와 기술제휴 또는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한국 조선사가 선박을 직접 건조하지 않더라도 설계·생산기술·품질관리·공정관리 등의 분야에서 인도 조선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선박 건조 자체를 해외 조선소에 재하도급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적인 협력 모델은 인도 조선소가 주계약자로 선박을 건조하고 한국 조선사가 핵심 설계와 생산기술을 지원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 측면에서 인도 조선소에 상당한 우선권이 주어진다.
최저가 적격 인도 조선소에는 최저가 해외 조선소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할 수 있는 ROFR(Right of First Refusal)이 부여된다. 해당 조선소가 해외 조선소의 가격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다음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인도 조선소에 동일한 권리가 넘어간다.
표면적으로 볼 때 인도 조선소에 아주 유리한 구조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LNG 이중연료 대형 컨테이너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LNG연료시스템 통합 능력과 대형 컨테이너선 설계 경험, 선박 품질 및 납기 관리 능력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도 정부가 자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해외 조선사의 기술협력을 허용한 것은 인도 조선산업의 생산능력과 글로벌 조선사의 기술력을 결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의 움직임이 특히 주목된다.
HD현대는 지난해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Cochin Shipyard Limited)와 조선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데 이어 타밀나두(Tamil Nadu) 지역 신규 조선소 개발을 위한 배타적 업무협약도 추진했다.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인도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염두에 둔 협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SCI 프로젝트와의 연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도 조선소가 이번 입찰에서 해외 기술 파트너를 선정할 경우 한국 조선사가 선박 기본·상세설계, 생산기술, 품질관리 및 LNG 연료 시스템 분야에서 지원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가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건조를 통해 축적한 설계·생산 경험을 활용하면 인도 조선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인도 현지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코친조선소는 이미 글로벌 선사로부터 LNG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프로젝트를 확보한 경험이 있어 유력 후보로 평가된다. 스완디펜스중공업(Swan Defence and Heavy Industries)와 L&T(Larsen & Toubro) 계열 조선사, GRSE(Garden Reach Shipbuilders & Engineers) 등이 주요 경쟁자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조선소가 인도 정부의 가격우대 정책을 활용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한 뒤 한국 등 해외 조선사와 기술협력에 나설 경우, 이번 사업은 ‘인도 조선소 수주+한국 조선사 기술협력’이라는 새로운 한·인도 조선 협력 모델의 대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