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글로벌 벙커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스크러버(SOx Scrubber)를 장착한 선박의 경제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초저유황연료유(VLSFO)와 고유황연료유(HSFO)간 가격 차이가 다시 확대되면서 대형 탱커와 벌크선을 중심으로 신조선에의 스크러버 채택이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클락슨리서치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주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92%가 스크러버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는 1년 전 신조선에의 장착률인 81%보다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현재 운항 중인 VLCC의 스크러버 장착률은 약 66%에 머물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위기 이후 확대된 연료가격 스프레드가 선주들의 투자 판단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호르무즈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HSFO 가격은 톤당 916달러까지 치솟아 전월 평균인 426달러 대비 약 115% 상승했으며, VLSFO 역시 톤당 1,053달러로 전월 평균 496달러보다 112% 급등했다.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로 벙커 가격은 일부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두 연료 간 가격 차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VLSFO와 HSFO의 가격 스프레드는 톤당 160.5달러로 위기 이전 약 70달러 수준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한 해양연료 시장 분석가는 "HSFO 가격이 VLSFO보다 빠르게 안정되면서 스크러버 장착 선박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다시 크게 확대됐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벙커유 가격 스프레드를 좌우한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크러버 채택 양상은 선종별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탱커 부문에서는 VLCC 신조선 장착률이 92%에 달하는 가운데 수에즈막스(Suezmax)는 기존 운항 선대 40%에서 신조선 66%로 상승했다. 반면 아프라막스(Aframax)/LR2는 기존 48%에서 신조선 40%로 다소 낮아졌다.
드라이벌크선에서도 스크러버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프사이즈(Capesize)는 기존 선대 장착률 57%에서 신조선 74%로 높아졌으며, 파나막스(Panamax)는 19%에서 46%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연료 소비량이 많은 대형 벌크선일수록 투자 회수 기간이 짧아지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만 7,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스크러버 장착률은 기존 선대 기준 84%에서 현재 80%로 소폭 낮아졌으며, 신조선 가운데 스크러버를 탑재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1만2,000~1만6,999TEU급 신조선은 37%, 3,000~7,999TEU급 역시 37% 수준으로 낮았다.
업계는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이 메탄올, LNG, 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스크러버 투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IMO 2020 시행 이후 스크러버의 수익성이 연료 가격 스프레드에 크게 좌우돼 왔지만,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흑해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반복되면서 스크러버가 다시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최근 신조선 발주가 증가하면서 건조 단계에서 스크러버를 함께 설치하는 것이 향후 개조(Retrofit)보다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도 채택률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