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조선소 투자 확대와 선박금융 지원, 세제 혜택, 미국 국적선 육성 등을 골자로 한 대규모 해양산업 지원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표면적으로 미국 조선업 부활을 목표로 하며, 건조역량과 숙련 인력 부족으로 단기간 내 자립이 어려운 만큼 상당 기간 동맹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안은 지난 2월 발표된 '해양행동계획(Maritime Action Plan, MAP)'을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첫 단계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서한을 통해 "수십 년간 이어진 투자 부족으로 미국 조선소와 해양산업은 국가적 필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상실했다"며 "이번 입법 패키지는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의 핵심은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해양안보신탁기금(Maritime Security Trust Fund)' 신설이다.
해당 기금은 미국 조선소 건설·보수, 미국 국적 상선 확대, 선원 양성, 항만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초기 예산 10억달러가 투입되며 향후 관세와 수수료, 압류 선박 매각 대금 등을 통해 재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는 국가방위예비선단(NDRF) 지원선 확보에 1억 3,400만달러, 조선 인프라 개발에 2억 5,000만달러, 항만 투자에 4억 5,000만달러를 각각 배정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업계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도 추진한다. 조선소 시설 확충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자본건설기금(Capital Construction Fund)을 신설하고, 해양 인력 양성을 위한 훈련 재투자 계정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중소 조선소에 한정된 미국 해사청(MARAD)의 조선소 인프라 보조금 프로그램 역시 대형 조선소까지 확대 적용된다.
백악관은 "조선소 생산능력과 효율성을 높이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첨단 조선기술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며 "핵심 선박 건조와 수리 분야에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선박금융제도(Title XI)의 개편이다.
현재 Title XI는 존스법(Jones Act)이 적용되는 미국 국내 연안운송 시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개정안은 외국 선사가 발주하는 수출용 선박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조선국이 운영하는 수출신용기관(ECA) 체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존스법 시장만으로는 미국 조선업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주요 조선국들이 제공하는 금융 지원 체계와 유사한 제도를 마련해 미국 조선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Title XI 대출보증 규모는 최대 12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법안이 미국 조선업 재건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단기간 내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국제항해 화물선은 100척에도 미치지 못하며 상업용 선박 건조 능력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선소 설비 확충과 숙련 인력 확보, 공급망 재구축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될 장기 프로젝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정부도 이번 입법안에서 수십 년간 누적된 투자 부족과 산업 기반 약화를 주요 문제로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것이 MAP의 핵심 개념인 '브릿지(Bridge) 전략'이다.
이는 미국 조선소가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동맹국 조선소를 적극 활용하는 구상으로, 미국이 장기적으로는 자국 조선업을 육성하되 단기적으로는 해외 조선소의 건조 역량을 활용해 필요한 선박과 함정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의 최대 수혜국으로 한국을 꼽고 있다.
한국은 LNG운반선과 군수지원함, 특수선, 고부가가치 상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대형 상선과 해군 지원전력 건조 역량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동맹국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국 조선소의 함정 사업 참여 확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