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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항만/물류

“해운업계, 역사상 가장 많은 현금이 쌓였다”

클락슨 리서치, "선주 '재무체력' 사상 최고치"

  • 등록 2026.06.02 20:38:08

 

글로벌 해운업계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고운임 장기화와 제한적인 신조 발주, 선박 자산가치 상승이 맞물리면서 선주들의 현금 보유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는 '포시도니아(Posidonia) 2026'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현재 해운업계는 역사상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클락슨 리서치 관계자는 "오늘날 선주들의 '재무 체력'은 과거 어느 시점보다 강하다"며 "대부분의 선사들이 높은 유동성과 낮은 부채비율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벌크선, 탱커, LNG선·LPG선 등 가스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주요 선종 전반에서 현금창출력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운임 강세와 제한적인 선복 공급 증가가 선사들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신규 발주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지 않으면서 시장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선박 자산가치 상승이 선사들의 대차대조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한 선박금융 전문가는 "현재 주요 선사들의 재무상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도 훨씬 건전하다"며 "부채 부담은 줄었고 현금 보유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운시장 호황은 선박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클락슨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근접하며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고선 시장 역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요 선종 가운데 VLCC, LR2 탱커, 뉴캐슬막스 벌크선, LNG운반선 등의 자산가치는 연초 대비 10~25%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클락슨 리서치는 "선가와 자산가치가 모두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의 투자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며 "이는 해운산업이 새로운 투자 사이클 초입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풍부한 현금이 향후 수년간 선박 발주와 기업 인수합병(M&A)을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형 선주들의 공격적인 투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와 중국계 선주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조 프로젝트가 잇따르는 것도 풍부한 유동성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2~3년 동안 ▲신조 발주 확대 ▲노후선 교체 ▲친환경 선박 투자 ▲해운기업 간 M&A 증가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업계는 지정학적 변수와 규제 리스크도 함께 경고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제재 이후 급격히 성장한 이른바 '어둠의 함대(Dark Fleet)' 문제는 시장 투명성을 훼손하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원유 운송에 투입되는 비제도권 선대가 증가하면서 정상 시장의 운임 형성과 선복 수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그리스 선주는 "다크 플릿은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규정을 준수하는 선주들에게 불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