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스팟운임이 끝없이 치솟고 있다.
이번 급등은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산유국들이 원유 출하 속도를 높인 것이 주원인이다.
26일 발틱해운거래소는 현대식 스크러버 장착 VLCC의 중동–중국(MEG–China) 항로 평균 스팟운임을 하루 21만 3,200달러로 평가했다.
이는 전일 대비 5%, 일주일 만에 거의 50% 급등한 것이다.
최고가는 26만 9,000달러. 이는 그리스 선주 아담 폴레미스의 뉴 쉬핑 소속 32만DWT급 '뉴 자이언트호'(2016년 건조)가 용선된 금액으로 전해졌다.
바로 앞서 조지 이코노무 소유 TMS탱커스의 29만 8,000DWT급 '솔라나호'(2010년 건조)가 하루 26만 2,000달러에 용선되며 업계를 놀라게 한 것을 곧바로 뛰어넘었다.
한 탱커 전문가는 “중동발 화물이 빠르게 늘면서 선복이 순식간에 소진되고 있다”며 “특히 스크러버 장착 선박은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은 역설적으로 원유 출하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산유국들이 공급 차질 우려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출하 속도를 높이면서, VLCC 시장은 단기간에 화물량이 급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동시에, 선사 입장에서는 화물 증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팟운임이 20만 달러를 넘어서면 기간용선(T/C) 시장도 자연스럽게 상향조정된다”며 “현재는 스팟과 T/C 모두에서 기록적 수준이 동시에 나타나는 드문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지정학적 요인이 급등세를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VLCC 시장 강세에는 이같은 단기적 요인 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결합돼 있다고 분석한다.
선령 15년 이상 노후 VLCC 증가, 조선소 슬롯 부족에 따른 신조 발주 제한 등의 복합적 요인들이 선복 공급을 제약하고 수요를 자극하며, 시장을 ‘슈퍼사이클’로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탱커 전문가는 “이번 랠리는 단순한 계절적 피크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수급의 타이트함이 반영된 것”이라며 “2000년대 슈퍼사이클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상승 압력은 오히려 더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VLCC의 강력한 상승 모멘텀은 중소형 탱커 운임도 밀어올리고 있다.
클락슨증권은 26일 친환경적 수에즈막스급 탱커의 운임을 하루 전보다 8% 오른 9만 5,900달러로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