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 채택 실패가 글로벌 조선업계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규제 지연으로 인해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가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조비용을 강점으로 내세운 중국 조선소들이 한국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 조선소들은 이미 가격 경쟁력과 대량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발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왔으며, 이번 IMO 규제 실패는 이러한 흐름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경우, 선주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산 선박을 먼저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국 조선소들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해 왔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수주 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선임연구원은 "조선시장에서는 가격이 기술 만큼 중요하다"면서 "에코선박 교체 속도가 느려질수록 한국 조선소는 15%에서 20%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중국 건조업체와 힘든 싸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넷제로 프레임워크 연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 임기 내내, 1년 이상 연장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2029년 이전에 탄소세를 도입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것으로 관측한다.
한 관계자는 “IMO의 규제 실패는 단순한 정책 지연을 넘어, 글로벌 조선업계의 투자 방향성과 기술개발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각국 조선소의 대응 전략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조선업계가 기후 리스크와 비용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