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군함을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이를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미 해군 및 해안경비대 함정의 건조를 외국 조선소에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해군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보장법(Ensuring Naval Readiness Act & Ensuring Coast Guard Readiness Act)'이 지난 5일 미 공화당 상원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상태.
조선업계는 이 법안의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 조선소가 거의 '붕괴' 수준이어서 한국과 일본의 조선소를 이용하지 않고는 전력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iM증권 변용진 애널리스트는 17일 "한국에서 미국 군함을 건조할 수 있을까?"라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그는 국내 조선소 도크의 경우 문제없다고 지적했다.
전체 공정 중 도크에 있는 기간이 상선 2개월, 군함 6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은데다 일반적인 군함(이지스함 기준, 170x20m)의 경우 국내 조선소의 가장 작은 도크로도 수용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400x60m) 한 척이 들어가는 도크에서 이지스함 4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것도 가능하다.
안벽도 문제가 없다.
군함은 도크보다는 안벽 거치기간이 2년 이상으로 길어 조선소에 부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군함의 폭이 짧아 이중계류를 해도 기존의 안벽 크레인으로 대부분 작업이 가능하다. 변 애널리스트는 이론적으로 LNG또는 컨테이너선 한 척이 차지하는 안벽에 구축함 4척을 치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또 상선에 비해 작은 크기 덕에 대부분의 중량물을 골리앗 크레인 없이 안벽크레인 만으로도 소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건조기술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다.
국내 조선사는 이미 미국의 주력함정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에 준하는 정조대왕급 이지스함을 건조하고 있다. 수상함의 경우 건조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선체를 제외한 무기체계류 및 전투시스템은 미군과 호환되는 제품도 많다.
다만, 잠수함은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은데다 국내에 없는 핵잠수함을 미국이 운용하고 있어 일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인력도 다소 제한적이지만 역시 별 문제는 없다. 군함 건조 및 설계에는 당초부터 외국인 투입이 불가능하며, 내국인도 신원조회 및 자격인증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변 애널리스트는 "미군 함정 건조물량 확대시 실질적으로 걸림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현재 연 1~2척 수준인 수상함 건조능력을 필요에 따라 수 배로 확대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투체계 및 운영체계 통합을 담당하는 방산회사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남겼다.
군함의 경우 특성상 선체 건조보다는 이러한 전투체계의 탑재와 통합 및 시운전, 시험평가 등이 길고 어렵다. 또한 건조 대수에 비례해 방산업체 소속의 인력이 다수 한국으로 장기간 파견돼야 한다.
변 애널리스트는 "특히 이지스함의 핵심인 이지스시스템을 만드는 록히드 마틴 등 미국 및 유럽 방산업체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